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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

아름다운 모국어의 매력 - 자전거 여행(김훈)

자전거여행 (김훈)

 

* 이런 사람에게 추천 : 제대로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 어린시절 국어책을 읽듯 낭독의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 좋은 문장을 쓰고 싶어서 필사할 책을 찾고 싶은 사람들, 김훈의 팬, 그냥 재미있는 산문을 읽고 싶은 사람들.

* 이런 사람에게 비추천 : 그냥 책이 싫은 사람들, 우리말을 모르는 사람들.

작가 소개 :

김훈

 

30년의 기자생활 뒤에 40세가 넘은 나이에 등단한 우리 시대의 문장가, 김훈. 정확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작가. 어떻게 표현해도 부족함이 많아 더이상 수식어를 붙일 수가 없는 작가.

내용 소개 :

김훈의 책을 읽는 이유를 단 한가지만 꼽으라면 그것은 책 속의 아름다운 문장 때문이다. 모국어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김훈의 문장들은 산문, 소설 할 것 없이 어디서나 빛이 난다.  내가 아무리 영어를 잘하고 일본어를 잘하더라도 내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고, 하물며 번역된 책에서 그것을 읽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김훈은 나에게 혹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너무도 큰 선물을 해주는 작가이다.

김훈의 책에 대해서는 사실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열마디 칭찬보다 그의 문장을 보여주는 게 나으니까.

"봄에는 자전거 바퀴가 흙 속으로 빨려든다. 이제 흙의 알맹이들은 녹고 또 부풀면서 숨을 쉬느라고 바쁘다. 부푼 흙은 바퀴를 밀어서 튕겨주지 않고, 바퀴를 흙의 한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래서 봄에는 페달을 돌리는 허벅지에 더 많은 힘이 들어간다. 허벅지에 가득 찬 힘이 체인의 마디를 돌리고, 앞선 마디와 뒤따르는 마디가 당기고 끌리면서 바퀴를 굴린다.

자전거를 저어서 나아갈 때 풍경이 흘러와 마음에 스민다. 스미는 풍경은 머무르지 않고 스쳐서 불려가는데 그 때 풍경을 받아내는 것이 몸인지 마음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풍경은 바람과도 같다. 방한복을 벗어버리고 반바지와 티셔츠로 봄의 산하를 달릴 때 몸은 바람 속으로 넓어지고 마음은 풍경 쪽으로 건너간다. 나는 몸과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또 갈라지는 그 언저리에서 나의 모국어가 돋아나기를 바란다. 말들아. 풍경을 건너오는 새 떼처럼 내 가슴에 내려앉아다오. 거기서 날개 소리 퍼덕이면서 날아올라다오."

 김훈의 자전거여행-경기도편 서문에서 발췌

어린시절 국어 시간을 떠올리며 큰소리로 읽어보는 것도 좋다. 안그래도 지금 이순간 어떤 학교에선가는 김훈의 자전거여행이 실린 국어책을 어떤 학생이 낭독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책을 보며 필사를 하는 것도 좋다. 나 역시 책을 보고 자판을 두드리며 문장과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냥 책을 읽기만 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