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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

어떠한 상황에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김애란의 재기넘치는 단편소설집 '침이 고인다'

침이 고인다 (김애란)

* 이런 사람에게 추천 : 달달한 칙릿소설이 이제 지겨워지기 시작한 사람. 한국 문학의 진중한 주제의식과 일본 소설의 위트와 유머를 동시에 느끼고 싶은 사람들, 김애란의 전작 '달려라 아비'를 읽었거나 혹은 최근에 '두근두근 내인생'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들.

* 이런 사람에게 비추천 : 소설을 읽을 동안만이라도 누리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 감정이입을 하고 싶은 사람들.

1. 작가소개

 

언젠가 김애란과의 작가대담회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정도의 대화가 오갔구나라고 생각해주기 바라며 독자의 질문과 김애란의 대답을 옮긴다.

독자 : 작가님은 작품 속에서 어떻게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하십니까?

김애란 : 한번은 제 친한 친구가 저에게 고민을 상담했어요. 자신의 아버지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수위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었어요. 수위를 서시는 아버지가 너무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는데 제가 어떻게 대답을 했을까요? 친구를 위로할 수도 있었고 애써 수위가 부끄러운 직업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저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괜찮아. 아버지도 너를 부끄러워하실거야. ㅋ" 제가 고통을 다루는 방식은 그것을 동정하는 것이 아니에요. 유머와 위트로 상황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게 해 주는 것이지요

서점에 갈 때마다 한참 고민을 하게 된다.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은데 너무 가볍지 않았으면 좋겠고 좀 더 진지했으면 좋겠는데 재미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중적인 생각을 한다. 하지만 김애란의 책이라면 이 고민이 유효하지 않다. 그녀는 진중하고 진지하지만 재미를 잃지 않는다. 김애란은 80년생의 젊은 작가이지만 첫 단편집 '달려라 아비(2005)'를 통해서 이미 그녀만의 장점을 보여주었다.

2. 내용 소개

88만원 세대의 이야기는 언제나 궁핍하고 구질구질하고 그래서 서글프기까지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성탄날 알뜰하게 아껴 드디어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해보겠다고 결심한 커플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더이상 이야기하면 이 재미있고 짧은 소설을 읽는데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망설여진다.

김애란을 믿고 읽으면 된다. 그녀는 믿고 읽어도 되는 작가이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애란의 신작 '비행운'을 구입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만나볼 생각에 마음이 부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