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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

이방인의 감성으로 편지하기 - 아주 사적인, 긴 만남 (루시드폴, 마종기)

아주 사적인, 긴 만남 (루시드폴, 마종기)

 

* 이런 사람에게 추천 : 이국에서 혼자 외로웠던 경험을 복원시켜 보고 싶은 사람들(어학연수,교환학생, 장기유학 등의 경험이라면 좋겠다.) 혼자 여행을 떠나 혼자라는 기분에 빠져보고 싶은 사람들, 까페에 앉아 폼나는 겉표지의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

* 이런 사람에게 비추천 : 같이 떠날 사람이 없어 마지못해 혼자 떠난 여행에서 마지못해 필 책을 찾는 사람들(아마도 더욱 외로워질 것이다.), 문학적이거나 감상적인 글을 싫어하는 사람들, 유희열, 루시드폴, 정재형 등을 좋아하지 않으며 그들을 찬양하는 여성들을 된장녀라고 서슴지 않고 비난하는 사람들.

작가 소개 :

1.30대 골드미스들의 로망, 루시드 폴.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나와 유학을 떠났으며 박사학위를 받아 로잔연구소에서 일했으며 젊은 화학자상을 수상하기도 하였고 미국에 특허물질을 출원중인 전도유망한 화학자

미선이밴드를 결성하여 인디음악계에 수많은 여성팬을 보유했던 전력이 있으며 혼자 라디오출연하는 것이 두려워 기획자를 갑자기 팀원으로 영입해 루시드 폴이라는 팀을 급조하였지만 사실은 1인밴드로 활동하는 가수.

2. 재미 시인, 마종기.

마종기는 의사이자 시인이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 한국인이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글을 쓰는 마종기에게 루시드폴은 단순한 존경심 이상을 가졌을 것이다. 또한 타국에서 공부하며 갖게 된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을 노시인의 시에서 위로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용 소개 :

이 책은 루시드폴이 마종기와 주고받은 편지집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단순히 시를 좋아하는 청년과 노시인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루시드폴이 마종기에게 편지를 보내던 시기는 스위스에 체류하던 시절이였으며. 마종기는 젊은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 자리잡은 재외 한국인이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지만 이 책은 이국에 대한 이야기이며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을 발견한 것은 나 역시 이국에서였다. 나는 2010년 9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캐나다에 있었다. 해외 파견 근무 때문이었지만 근무여건은 열악했으며 캐나다의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에 내가 머물고 있는 홈스테이 가정은 너무도 추웠다.  6개월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난방이 잘 되지 않는 홈스테이 집에 홀로 남아있던 나는 외로웠던 것 같다. 10월부터 시작한 기침이 12월 중순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을까 생각했고 따뜻한 것들이 그리웠다. 따뜻한 가족, 따뜻한 음식, 따뜻한 사람들.

그리고 책들도 그리웠다. 타국에서 그리운 것은 모국어이다. 한국에서 가져간 책을 반복적으로 읽으며 새로운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집으로 돌아가면 읽겠다며 한국 집으로 책을 잔뜩 배달시켜 놓기도 했다. 그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이었다.

지금에서야 읽게된 책은 그 때 생각을 많이하게 해주었다. 루시드폴이 지키지 못했던 할머니의 임종(나 역시 귀국 이틀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캐나다에 오기 전까지 집을 떠난 적이 한번도 없었다. 할머니와 나는 평생을 같이 살았는데 내가 한국을 떠난 고작 6개월 사이에 할머니는 영원히 세상을 떠나셨다.), 그 곳에서 만난 고맙고도 따뜻한 한국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로 둘러싸여있던 그 낯선 공기.

다른 기억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다른 내용으로 읽힐 책이다. 그냥 멋진 편지를 읽고 싶은 사람이 읽어도 좋겠다. 단지 루시드폴의 팬이기만 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