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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상

우리가 사는 곳, 브라이튼(Brighton and Hove)

아기와 함께 영국에 온지 3달째.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곳은 브라이튼은 런던에서 기차로 한시간 정도 걸리는 해변도시에요. 누군가는 영국에 있는 남미의 도시라고 하고 누군가는 여름만 되면 스페인이 되는 도시(스페인 사람들이 피서를 많이 오기 때문)라고 하는 다국적 휴양지에요.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뿐만 아니라 영어를 배우러 오는 학생들도 많고 서섹스대학교와 브라이튼대학교처럼 큰 대학이 두개나 있어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국제도시랍니다.

 

<브라이튼의 흔한 축제, 패들링 인더 피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브라이튼, 더 정확히는 Hove라는 곳이에요. Brighton과 Hove를 묶어서 Brighton and Hove가 도시의 정식 명칭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브라이튼이라고 부르지요.

 

우리가 사는 곳은 Hove의 부촌에 자리잡고 있는 플랏입니다. 말이 좋아 플랏이지 동네 사람들은 한가족이 쓰는 저택을 다섯가구가 나누어 살고 있으니 단칸방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주변 사람들은 모두다 부유한 이웃이지요. 가령 옆집에 사는 아저씨는 집에 세채인데, 하나는 런던 나머지 하나는 남프랑스, 그리고 마지막에 있는 집이 바로 우리 옆집이랍니다. 월세만 대략 600만원 이상 나오는 집을 일주일에 한두번 와서 자고 간답니다. 그러다보니 포르쉐, 페라리 같은 차들이 그저 흔한 차마냥 동네에 주차되어 있는 게 일상이네요. 동네에 섬처럼 존재하는 우리 플랏만 빼고 다른 집들은 모두 이 곳에 장기간 거주하는 영국인들이어서 1년에 한번씩 동네 마당에 모여 파티를 하기도 하더군요. 고맙게 우리 가족도 초대해줘서 짧은 시간이지만 동네 주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흔한 동네 주차장, 빨간포르쉐를 보는 아기>

 

브라이튼에 오기 전 저도 두려운 마음으로 네이버에 매일매일 브라이튼 검색을 해봤었고 나오는 글들의 90%는 세븐시스터즈에 가기 위해 들르는 도시정도였어요. 나머지 10%는 어학원에서 홍보용으로 올려놓은 간략한 도시소개 정도였구요. 저보다 먼저 와서 지내던 남편이 여기는 천국이야라고 말했지만 육아로 지쳐있는 제게는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리정도였답니다. 직접 와서 지내는 브라이튼을 한마디로 표현하나면 이곳은 '신나는 도시'에요. 제가 와서 지낸 것이 6월부터 지금9월까지 한참 좋은 시절이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같은 시절 런던에서 만난 영국인들과 브라이튼서 만나는 영국인들은 표정부터가 다르답니다. 무표정한 런던 사람들, 여기가 뉴욕인지 런던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런더너보다도 더 많은 다국적 여행객들. 하나라도 더 보겠다는 일념으로 바쁘게 다니는 여행객들이 많은 도시가 런던이었다면 한번이라도 더 신나게 웃고 가겠다는 생각으로(아니면 그런 생각조차 없이 아무 생각없이 신나는) 다니는 휴양객들이 가득한 도시가 브라이튼입니다.

 

브라이튼에 오실 계획이 있는 한국인이라면 크게 두가지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세븐시스터즈를 가기 위한 하루코스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과 둘째는 유학을 위한 6개월~1년코스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저같은 분들.

 

사실 저는 첫번째 분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많아요. 브라이튼에 얼마나 멋진 곳이 많은데 세븐시스터즈만 찍고 다시 돌아가야 한다니요.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저는 해변가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다음날에는 세븐시스터즈 이상으로 멋진 데블스다이크에 가거나 인근마을 루이스에 앤틱쇼핑을 하러가고 싶어요. 스탠머공원에 있는 저택이나 해변가에 있는 까페에 앉아 크림티를 마셔도 너무 좋겠네요.

<데블스다이크(devil's dyke), 현지인이 더 많이 찾는 브라이튼의 명소>

 

<해변가의 라이브 까페>

 

두번째 분들은 너무 걱정마시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 도시는 물가가 비싼 것만 빼면 완벽한 도시랍니다. (물가가 비싼 것을 빼기에는 저 역시 너무 남루하게 살고 있긴 합니다만) 사람들은 친절하고 런던보다는 따뜻하고 인터내셔날 꽃미남 꽃미녀는 넘쳐나고 한국 슈퍼마켓은 없지만 비교적 흔한 중국 슈퍼마켓에서 거의 모든 한국식료품을 구할 수가 있답니다.

 

아기때문에 두번째 포스팅을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브라이튼 생활에 대해 자주 남겨두고 싶어요. 저도 나중에 포스팅을 읽어보며 브라이튼 생활을 추억하고 싶거든요. 브라이튼에 오시는 많은 분들. 이 곳은 정말 신나는 도시랍니다.

 

 

<브라이튼의 자랑, 게이프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