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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기

고흐의 방으로 오세요.

나의 동생 테오에게

내 침실을 그린 것인데, 그림에는 색채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단순화됨으로써 사물은 그 양식을 나타내는 감각을 지니게 되고, 휴식이라든가 수면을 쉽게 암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그림을 그려서 나를 어쩔 수 없이 쉬게 하는 저 안식이라는 놈에게 적대해 주려는 것이다.

아를르에서 고흐

<아를의 반 고흐의 방(Van gogh's bedroom in Arles), 1889, 유화, 캔버스에 유채, 73*91,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소장>

고흐는 이 방에서 틀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방안의 액자, 의자, 물병. 방안의 모든 물건. 모든 것들이 짝을 맞춰있습니다. 고흐가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는 아마도 고흐의 동생이었던 테오였겠지요. 고흐는 테오에게 편지를 쓰며 외로움을 달랬죠.

고흐는 아를르에서 고갱과 동거를 하기도 했습니다. 성격이 괴팍했던 고갱과 고흐는 결국 크게 싸웠고 고갱이 떠나게 되지요. 크게 상심한 고흐는 자신의 귀를 스스로 자르게 됩니다.  

테오에게

언제쯤이면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그릴 수 있을까? 멋진 친구 시프리앙이 말한 대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침대에 누워서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서는 꿈꾸는, 그러나 결코 그리지 않은 그림인지도 모르지.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아를르에서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989, 유화, 캔버스에 유채, 73.7*92.1,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고갱과 헤어진 고흐는 요양원에 머물며 주옥같은 작품들을 그렸습니다.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고흐 역시 그가 가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귀 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