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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기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 르누아르의 '이렌느 깡 단베르 양의 초상'

"그림마저 우울할 필요는 없잖아." by Renoir.

르누와르의 그림은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그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결코 르누와르의 형편이 다른 화가들에 비해 좋았다거나 경제적으로 사정이 풍족했던 것은 아니였습니다. 어느날 르누와르에게 묻는 친구에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림만은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그림까지 우울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아마 르누와르도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행복했던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김기남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 누구의 가슴 앞에서라도
바람 같은
웃음을 띄울 수 있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헤어짐을 주는 사람보다는
손 내 밀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늘 들꽃 같은
향기로 다가오는
그런 편안한 이름이 되고 싶다.
제일 먼저 봄소식을 편지로 띄워주고
제일 먼저 첫눈이 내린다고
문득
전화해서 반가운 사람
은은한 침묵의 사랑으로 서성이며
나도 몰래 내 마음을 가져가는 사람
아무리 멀어도
갑자기 보고
싶었다며 달려오는 사람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서 그렇게
지워지지 않는 하나의 이름이고 싶다.

어릴 적 집에는 서양화가들의 도록이 잔뜩 있었습니다. 아마도 부모님 중의 한분이 친구의 권유를 못이겨 구입하게 되었던 전집류의 비싼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네, 마네, 마티즈, 고흐, 고갱 등등 유명한 서양화가들의 도록이 잔뜩 있었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던 도록은 역시 르누아르의 것이었습니다. 특히 이 파란리본을 한 소녀의 그림을 오래도록 쳐다보고 자꾸만 책을 펴서 이 그림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유는 역시 너무 예쁘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뜻한 공기가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 저도 이렇게 아름다운 소녀가 되고 싶었었나 봅니다.